교통사고로 의식이 없는 운전자의 혈액채취는 비록 보호자의 동의을 얻었다하더라도 영장주의원칙에 어긋나 위법하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음주운전과 무면허운전 등의 혐의(도로교통법위반)로 기소된 나모(60)씨에 대한 상고심(2009도2109)에서 음주운전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지난 4월 28일 확정하였다.


 [판시사항]
                  피고인의 동의 또는 영장 없이 채취한 혈액을 이용한 감정결과 등의 증거능력 유무 (소극)
 [사건명] 도로교통법 위반 등
[사건번호] 2009도2109
[처리]  상고기각(2011.4.28.)


[사안의 개요와 재판진행
나모씨는 2008년 6월께  전남 나주시 인근에서 술에 취한 채 면허도 없이 화물차를 운전해 도로 우측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사고 후 나모씨는 의식을 잃고 응급실로 후송됐으며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운전자가 술을 마신 것 같다”는 주변의 말을 듣고 나모씨의 혈액을 채취해 음주측정을 하였다. 그 결과 나모씨의 혈중알콜농도는 0.255%로 운전당시 만취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나모씨를 음주운전과 무면허운전을 한 혐의로 기소했고 1심은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4월을 선고하였다. 그러나 2심은 “혈액채취 당시 피고인은 의식을 잃고 있어 영장을 발부받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채혈은 적법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이라며 음주운전 혐의에 무죄를 선고하고, 무면허운전을 한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였다.


[판결이유 요지]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선언하고 있고,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하여 압수·수색·검증 및 감정처분에 관한 적법절차와 영장주의의 근간을 선언한 헌법과 이를 이어받아 실체적 진실 규명과 개인의 권리보호 이념을 조화롭게 실현할 수 있도록 압수·수색·검증 및 감정처분절차에 관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고 있는 형사소송법의 규범력은 확고히 유지되어야 하므로,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물론 이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 역시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 다만, 위법하게 수집한 압수물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함에 있어서는, 수사기관의 증거 수집 과정에서 이루어진 절차 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 즉 절차 조항의 취지와 그 위반의 내용 및 정도, 구체적인 위반 경위와 회피가능성, 절차 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 또는 법익의 성질과 침해 정도 및 피고인과의 관련성, 절차 위반행위와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 등 관련성의 정도,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등을 전체적·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 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고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법원은 그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어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증거 수집과 2차적 증거 수집 사이에 인과관계가 희석 또는 단절되었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2차적 증거 수집과 관련된 사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위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면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법경찰관이 범죄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검사에게 신청하여 검사의 청구로 지방법원판사가 발부한 영장에 의하여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고(형사소송법 제215조 제2항), 범행 중 또는 범행 직후의 범죄장소에서 긴급을 요하여 판사의 영장을 받을 수 없는 때에는 압수·수색·검증을 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는 사후에 지체없이 영장을 받아야 하며(형사소송법 제216조 제3항),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으로부터 감정을 위촉받은 감정인은 감정에 관하여 필요한 때에는 검사의 청구에 의해 판사로부터 감정처분허가장을 발부받아 신체의 검사 등 형사소송법 제173조 제1항에 규정된 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형사소송법 제221조, 제221조의4, 제173조 제1항), 위와 같은 형사소송법 규정에 위반하여 수사기관이 법원으로부터 영장 또는 감정처분허가장을 발부받지 아니한 채 피의자의 동의 없이 피의자의 신체로부터 혈액을 채취하고 더구나 사후적으로도 지체없이 이에 대한 영장을 발부받지도 아니하고서 그 강제채혈한 피의자의 혈액 중 알콜농도에 관한 감정이 이루어졌다면, 이러한 감정결과보고서 등은 형사소송법상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하여 수집되거나 그에 기초한 증거로서 그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정도에 해당하고, 이러한 증거는 피고인이나 변호인의 증거동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 이 판결의 의의]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된 피고인의 혈액을 이용한 혈중알콜농도에 관한 감정서와 주취운전자적발보고서의 증거능력을 부정하여 음주운전 부분에 대해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고, 음주운전자에 대한 채혈에 관하여 영장주의를 요구할 경우 증거가치가 없게 될 위험성이 있다거나 음주운전 중 교통사고를 야기하고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병원에 후송된 자에 대해 수사기관이 수사의 목적으로 의료진에게 요청하여 혈액을 채취한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고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78 동산이중매매 배임죄 처벌불가(전합) 관리자 2011.01.25 6433
277 헌법재판소, 형법 제61조 제1항 합헌결정 file 관리자 2009.04.02 6429
276 특허전자소송 서비스 시행, 2010.4.26. 관리자 2010.05.16 6427
275 사형제 위헌여부 재점화 관리자 2009.06.20 6426
274 보안장치없는 컴퓨터상의 회사정보, 영업비밀로 볼 수 없다 관리자 2009.09.22 6420
273 명백한 새 증거가 없는 경우, 항소심은 1심을 존중해야 관리자 2010.04.06 6404
272 무빙웨이 사고와 손해배상책임 관리자 2010.01.24 6365
271 건축법 제11조 제7항 위헌소원, 합헌결정 관리자 2010.03.08 6349
270 저자동의없는 교과서 배부, 불가 관리자 2009.09.05 6348
269 주택재건축조합 설립결의 하자확인소송의 관할 관리자 2009.11.21 6342
268 채무면탈목적의 채권자살해, 살인죄 file 관리자 2010.10.11 6331
267 회원골프친선대회 시상식후 규칙위반 주장,신의칙위반 관리자 2009.07.24 6320
266 선행사고자의 안전조치 미이행과 2차 사고에 대한 책임 유무 관리자 2010.03.12 6298
265 건축주에게 사전통지 않은 건축허가취소, 위법 관리자 2011.02.11 6297
264 음주운전 사고 사망과 보험금지급 여부 관리자 2009.05.02 6280
263 사실상 도로와 건축신고서 반려처분 관리자 2009.05.02 6263
262 인감증명서도 재물, 사기죄 관리자 2011.11.25 6250
»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배제(대판) 관리자 2011.05.19 6245
260 수리비를 마련하지 못해 도로에 수년 간 방치, 자동차관리법으로 처벌불가 관리자 2010.04.06 6231
259 국가인권위원회와 대통령간의 권한쟁의 관리자 2010.11.03 6219

로그인

로그인폼

로그인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