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로스쿨제도의 문제점과 사법시험 존치의 필요성

                          양재규 변호사 (사법연수원 제41기 회장)


Ⅰ. 머리말


변호사시험법 부칙 제2조와 제4조 제1항에 의하면, 사법시험법은 폐지하며, '사법시험법'에 따른 사법시험은 2017년까지 실시하되 2017년에는 2016년에 실시한 제1차시험에 합격한 사람 중 2016년에 제3차시험까지 합격하지 못한 사람을 대상으로 제2차시험 또는 제3차시험을 실시합니다. 결국 사법시험 제1차시험은 2016년에 종료됩니다. 그러나 사법시험의 폐지는 올바른 법조인 선발·양성을 저해하고 공정사회나 사법정의에 배치된다는 점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사법연수원 제41기는 연수원 수료를 앞둔 2012. 1. 26.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입법의견서’를 법무부장관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하였고, 1. 31. 3개의 일간지와 2개의 법률전문지에 사법시험 존치를 촉구하는 의견광고를 냈습니다. 사법시험 존치입법에 찬성한 41기 사법연수생은 845명에 달하였습니다. 사법연수생들이 일간지에 정부정책에 대한 의견광고를 낸 것은 우리 41기가 사법연수원 사상 최초입니다.

이러한 입법의견서의 제출과 언론광고의 추진에 대해 사법연수원 측이 반대하고 만류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41기가 이를 감행한 것은 올바른 법조인 선발·양성제도의 확립을 통해 사법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사법연수원 제41기는 작년 초에 제42기와 함께 법무부의 로스쿨생 검사 사전선발방안에 대해 반대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여 그 방안을 철회하도록 하는 등 공명정대한 사법제도의 확립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1년차 사법연수생으로 재직중이던 2010. 12.에는 제 개인의 명의로 법무부장관과 국회 법사위에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입법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Ⅱ. 사법시험 폐지의 의미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로스쿨제도로만 가는 경우에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는데, 이는 우리나라 로스쿨제도 자체의 문제점이기도 합니다.


1. 서민층의 법조계진출기회 박탈


사법시험의 폐지는 서민들이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합니다. 로스쿨제도가 전면적으로 시행되고 사법시험이 폐지되면 서민들이 변호사·판사·검사가 되기는 무척 어려워집니다. 서민층에 매우 불리한 입학전형방식과 고액의 등록금 등으로 인해 로스쿨제도는 서민들의 법조계 진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합니다. 
 
3년간 6천여만 원에 이르는 로스쿨 학비를 감당할 수 있는 서민층은 없을 것입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로스쿨 재학생의 잇따른 자살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장학금제도가 있다고 하지만 3년간 전액 장학금을 받는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서민층 자제가 장학금을 기대하고 로스쿨에 입학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로스쿨에 서민층 자제가 별로 없다 보니 가정형편을 이유로 장학금을 신청하는 로스쿨생이 별로 없고, 어느 로스쿨에서는 주택 2채를 가진 넉넉한 집안의 자제가 전액 장학금을 받는다고 합니다.


현재 많은 로스쿨이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바, 사법시험이 폐지되면 로스쿨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등록금을 현재보다 훨씬 더 많은 액수로 인상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면 서민층의 법조계 진입은 불가능해질 것입니다. ‘하면 된다’는 꿈이 ‘해도 안 된다’는 자포자기로 바뀌는 사회에서는 계층간 갈등이 고조될 것이고, 건강하지 못한 사회구조에서는 미래를 장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서민층의 법조계진출기회의 박탈은 현 정부가 추진하는 ‘공정사회’ 시책의 취지에도 반합니다. 직업선택의 기회균등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가 공정한 사회일 수는 없습니다. 누구에게든 균등한 기회를 주는 게 공정사회의 기본 바탕이기 때문입니다.
서민층의 법조계진출기회 박탈이라는 문제점은 로스쿨 교육과정의 개선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습니다.



2. 법과대학의 존립과 학문으로서의 법학 발전의 저해



사법시험의 존치는 법과대학의 존폐 문제와도 연계되어 있습니다. 사법시험이 존치하는 동안에는 법과대학 학부생들이 사법시험에 대비하는 공부를 집중적으로 하면서 법학실력을 차곡차곡 쌓았고,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과정·박사과정을 거치면서 학문으로서의 법학을 연구하고 교수로 양성되었습니다.

그런데 사법시험이 폐지되면 종래와 같은 법학교수가 양성되지 못할 것이고 학문으로서의 법학은 명맥을 유지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사법시험이 폐지되면 우수한 인재들이 법과대학에 진학하려 하지 않을 것이고, 로스쿨생들은 학문연구에 관심 없고 법기술자를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법과대학 교수들뿐만 아니라 로스쿨 교수들도 이론법학이 죽어가고 있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사법시험의 존치는 우수한 인재가 법과대학에 진학하도록 하는 하나의 유인이 될 수 있고, 법과대학은 학문으로서의 법학의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우수한 인재가 법과대학을 거쳐 법과대학원으로 진학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3. 학력에 의한 차별



우리나라의 경우, 사법시험-사법연수원 제도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하여 고졸 출신도 법조인이 될 수 있으나, 로스쿨-변호사시험 제도에서는 로스쿨이라는 대학원 출신만이 법조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법조인 선발에 있어서 학력에 의한 차별을 두는 것입니다.

사법시험에는 고졸 출신도 매년 여러 명이 합격하고 있습니다. 사법연수원 제41기 중에도 2명이 고졸 출신입니다.
그리고 사법시험 합격자 중에는 법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20% 정도 되고 2001년에는 34%에 이르렀습니다. 또한 로스쿨 합격자보다 사법시험 합격자의 평균연령이 더 높고, 사법시험 합격자 중에는 변리사.공인회계사.의사.약사.경찰관.군장교.공무원.은행원.일반회사원.자영업자 등 다양한 사회경험을 가진 사람이 많습니다. 다양한 전공과 사회경험을 갖춘 사람들이 법조인으로 진출하도록 하는 데에는 사법시험으로 충분합니다. 



4. 법조인의 정의감과 순수성 훼손



사법시험을 거친 법조인들 중에는 정의감과 순수성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많은 반면에 로스쿨을 거친 법조인들 중에는 정의감과 순수성 없이 돈벌이에 급급한 사람들이 많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로스쿨생들 중에는 어떻게 하면 사법정의를 실현할 것인가 고민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까, 어떻게 하면 높은 지위를 차지할까 궁리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로스쿨 교수들도 이러한 지적을 합니다.

종래에도 법조비리와 법조인의 신뢰상실이 문제되어 왔는데, 앞으로는 편파적 사법권행사로 인한 국민들의 불만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법시험이 폐지되면 법조인의 정의감과 순수성을 찾아보기가 매우 어려워질 것입니다.



Ⅲ. 로스쿨제도의 문제점



로스쿨제도는 고비용과 실력저하, 입학전형과정의 불투명성 등으로 인해 불합리한 제도이고, 독일과 일본에서는 이미 실패한 제도로 판명났습니다.

법률 제정과정을 보더라도, 국민적 합의 없이 2007년 당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야합에 의해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하여 민주노동당 등의 실력저지에도 불구하고 로스쿨법(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을 날치기로 통과시켰습니다.

로스쿨법 도입 당시부터 ‘돈스쿨’이라 불리며 부작용의 우려가 컸는데, 지금 그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1. 고비용


로스쿨제도는 고액의 등록금을 부담할 수 있는 고소득층과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자라는 고학벌자를 위한 제도이며, 사법시험제도에 비해 법조계 진입장벽을 훨씬 높이고 사회계층을 고착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입니다.

로스쿨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법조계 진입장벽의 설치와 사회계층의 고착화입니다. 서민층에 매우 불리한 입학전형방식과 고액의 등록금으로 인해 로스쿨제도는 서민의 법조계 진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합니다. 로스쿨제도는 3년간 6천여만 원에 이르는 고액의 등록금을 부담할 수 있는 고소득층과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자라는 고학벌자를 위한 제도입니다. 그래서 로스쿨은 귀족학교, 권력대물림장치라고 불립니다.



2. 질저하



로스쿨제도는 부실교육과 부실평가로 인한 법조인의 실력저하와 법률서비스의 질저하를 초래합니다.

1971년에 로스쿨제도를 도입한 독일은 1984년 1월에 로스쿨제도를 폐지하고 사법시험제도로 회귀한다고 발표했는데, 그 이유로 3배 이상 과도한 교육비용 소요와 로스쿨 졸업자들의 실력저하로 인한 법률서비스의 질적 하락을 들었습니다. 독일은 5년 6개월의 교육과정이 부실하다고 하여 1978년부터는 6년 6개월제로 변경했지만, 그래도 로스쿨 졸업자들의 실력이 낮아서 문제되었습니다.
3년제인 우리나라 로스쿨의 경우 실력저하 문제가 독일보다 더 심각할 것입니다.

사법연수원 출신은 법학공부를 4년 이상 한 후에 치열한 경쟁을 거쳐서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에서 2년간 잘 짜여진 교육과정을 통해 체계적으로 실무수습을 받습니다. 그러나 로스쿨 출신은 법과대학 졸업자도 있겠지만 법학적성검사(LEET)와 면접을 통해 로스쿨에 입학하여 로스쿨에서 3년간 법학공부를 한 후 기초적인 법률지식만을 묻는 변호사시험을 거칩니다. 로스쿨에서는 법과대학 4년과 연수원 실무교육 2년의 과정을 3년만에 끝내려다 보니까 교수들은 진도 나가기에 급급하고 학생들은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우왕좌왕하며 교육이 수박겉핥기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지금의 로스쿨 교육으로는 제대로 된 법학지식의 습득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판례법을 기본으로 하여 상하위법의 서열관계나 특별법의 위치관계가 복잡하지 않은 영미법계와는 달리, 독일 ․일본 ․ 우리나라와 같은 대륙법계에서는 복잡한 이론을 바탕으로 방대한 성문법이 유기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그 체계를 이해하는데 상당한 시간과 공부가 필요하고 실체법 실력이 탄탄해야 소송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습니다. 단기간에 이론교육과 실무교육을 모두 실시하는 미국식 로스쿨제도는 대륙법 체계에 맞지 않습니다. 그래서 독일도 로스쿨제도를 폐지하고 사법시험제도로 회귀했습니다. 대륙법계에서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법률지식과 실무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독일과 일본에서 이미 증명되었습니다.



3. 로스쿨생의 자질문제



모 법무법인 대표변호사가 ‘사법연수생이 1시간에 할 일을 로스쿨생은 5시간 걸려서 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고, 2012. 1. 18.자 대한변협신문에는 제1회 변호사시험에서 ‘과락(100점 만점에 40점)을 면할 만한 답안은 전체의 20% 정도’라는 채점위원의 언급이 있습니다. 그만큼 로스쿨생의 법률지식과 실무능력이 떨어진다는 얘기입니다. 거기에는 로스쿨 교육기간의 문제뿐만 아니라 수강생의 자질 문제도 내포되어 있습니다.

사법시험을 대비해 다년간 법학공부를 한 비법학전공자나 법학전공자는 제외되겠지만, 로스쿨 입학시의 낮은 경쟁률과 법학지식 평가의 결여로 인해 로스쿨생들의 법적 소양이 매우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4. 변호사시험의 부적격성



올해 시행된 제1회 변호사시험은 변호사로서의 자격을 평가하기에는 난이도가 너무 낮아서 그 합격만으로는 변호사로서의 지식·능력을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법무부가 지난 3월 23일 발표한 제1회 변호사시험 합격자는 1,451명입니다. 합격률은 응시자대비 87%이고 입학정원대비 72%입니다. 올해 법무부가 로스쿨 입학정원의 75%정도를 변호사시험에 합격시키려고 하다 보니, 변호사시험은 약 1.1:1의 낮은 경쟁률로 요식행위에 가깝습니다. 그러니 사법연수원 출신과 로스쿨 출신은 현저한 실력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의 경우 작년에 로스쿨 출신의 사법시험 합격률이 23.4%에 그쳤는데, 그 원인은 로스쿨의 낮은 교육수준에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을 미리 정하기보다는 사법시험처럼 출제와 채점을 엄격히 하고 과락제를 두어서 사법시험 수준의 실력을 갖춘 사람만을 합격시키는 게 바람직합니다. 



5. 실무수습의 부실


법률에 대한 기본적 소양을 갖춘 로스쿨 졸업자들이 변호사시험을 거쳐서 실무수습을 별도로 받으면 실무능력을 충분히 갖출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로스쿨 교육만으로는 법률에 대한 기본적 소양을 갖추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로스쿨 출신 변호사시험 합격자들이 현행법대로 6개월의 실무수습을 받는다고 해도 실무능력을 갖추기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현행법에 의하면, 법무법인이나 일정한 관공서 등에 취업하여 법률사무에 종사하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연수를 받지 않아도 되지만 그렇지 않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6개월의 연수를 받아야만 합니다. 6개월 이상 법률사무종사기관에서 법률사무에 종사하거나 연수를 받아야만 사건을 수임할 수 있고 단독으로 법률사무소를 개설할 수 있습니다. 미취업 로스쿨 출신 변호사의 연수를 맡을 곳은 대한변호사협회인데, 연수시스템이 제대로 구비되어 있지 않습니다. 몇 번의 집체교육과 실무연습으로 실무수습이 제대로 이루어지겠습니까?

국민에게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데에는 로스쿨제도보다 사법시험제도를 통해 사법연수원 교육을 시키는 것이 훨씬 더 낫습니다.



 6. 입학전형과정의 불투명성



로스쿨제도는 입학전형방식의 불투명이라는 문제점도 안고 있습니다. 로스쿨 입학전형방식은 학교별로 다르고 항목별 반영률 같은 구체적 내용이 공개되어 있지도 않은데, 사회활동·봉사활동 경력과 면접 점수 등을 주요 요소로 하여 정성평가의 방식으로 합격자가 결정되기 때문에 객관성과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불투명한 정성평가의 방식으로는 입학전형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없습니다.



7. 로스쿨 존립근거가 될 수 없는 지역균형발전론



지역균형발전은 참여정부가 중점을 둔 사항이고, 지역인재를 적절히 육성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로스쿨을 통해 지역인재가 육성되고 지역균형발전이 이루어지려면 지방대 학부 출신이 지방대 로스쿨에 진학하고 지방대 로스쿨 출신이 그 지방의 공·사직에 취업해야 하는데, 현실은 어떻습니까?

서울대·고려대·연세대를 비롯한 수도권대학의 학부 출신이 전국 로스쿨에 진학하고 수도권 로스쿨 출신 위주로 취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로스쿨을 운영하고 있는 25개교의 학부졸업생들이 로스쿨 입학생의 약 9할을 차지하고 있어서 로스쿨을 운영하고 있지 않은 대학교의 학부졸업생들은 로스쿨에 입학하는 것조차 무척 어렵습니다. 

지방대학교 출신이 로스쿨에 들어가는 것도 어렵고 지방로스쿨 출신이 취업하는 것도 어려워서 지역균형발전론은 로스쿨제도의 존립근거가 될 수 없을 것입니다. 



8. 변호사시험 응시기회의 불균등



비록 헌법재판소에서 로스쿨법 제8조 제1항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렸지만,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로스쿨 졸업으로 제한하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 공무담임권, 평등권을 침해할 소지가 매우 높습니다.

일본은 예비시험을 도입하여 로스쿨을 다니지 않은 사람에게도 (신)사법시험 응시자격을 주고 있고, 미국에서도 다수의 주에서는 비인증 로스쿨 졸업자, 통신강좌 이수자 등에게 변호사시험 응시기회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의사면허시험에는 의학전문대학원 졸업자뿐만 아니라 의과대학 졸업자에게도 응시자격을 부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자에게만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9. 공·사직 취업에서의 객관성과 공정성 결여



사법시험 성적은 합격자건 불합격자건 본인에게 공개되지만, 변호사시험 성적은 불합격자에게만 성적공개청구권이 인정되고 합격자는 성적을 알 수 없도록 되어 있어서(변호사시험법 제18조 1항) 변호사시험 성적으로 인력을 선발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법률지식을 검증하는 객관적 시험인 변호사시험의 성적 비공개로 인해 특히 지방대 로스쿨 출신은 취업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렇다 보니 지방 모 로스쿨 1기생 20여명이 시험 응시자의 알권리, 직업선택의 자유 등 침해를 이유로 2011. 11. 30. 헌법소원을 청구했습니다. 지방대 로스쿨생들은 변호사시험 성적을 반영하지 않으면 학부나 로스쿨에 대한 외부적 평가가 크게 작용할 것이고 로스쿨의 학점을 신뢰할 수 없는 처지여서 취업기회가 서울권 로스쿨에 집중될 것이 뻔하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공·사직 취업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보장하려면, 변호사시험 성적을 고려하여 선발하든지 별도의 임용시험이나 선발고사를 거쳐서 선발하든지 해야 할 것입니다. 공무원으로 임용하건 변호사로 채용하건 로스쿨생들의 집안배경을 고려하지 말고 법률지식·실무능력과 같은 실력만으로 평가해야 할 것입니다.

사법연수생들은 로스쿨 관계자들이 로스쿨 출신의 취업을 위해 정부.공공기관 등에 압박을 가하는 것과 정부.공공기관 등이 이에 발맞추어 실력없는 로스쿨 출신을 채용하는 것에 대해 매우 큰 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년 말에 로스쿨협의회 이사장은 ‘로스쿨생들이 행정부 등 정부영역에 들어가서 활동하는 것이 옳다는 측면에서 보면 행정고시제도는 이제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했습니다. 2010년에도 행시 폐지안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가 국민적 반발로 무산되었는데, 또 행시폐지주장이 나오자 행시준비생들은 로스쿨의 집단이기주의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오히려 ‘로스쿨을 폐지해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로스쿨 출신에게 특혜를 주는 것, 로스쿨이 현대판 음서제의 창구역할을 하는 것에 반발하는 것입니다.



Ⅳ. 사법시험 존치의 필요성



서민층의 법조계 진입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사법시험을 존치시켜야 합니다. 사법시험은 우리 국민 대다수가 인정하는 계층이동의 기회이자 공정한 경쟁의 대명사입니다. 사법시험에는 학력.연령 제한이 없고 직장인도 주경야독하여 응시할 수 있으며, 치열한 공개경쟁을 통해 법률지식을 검증받은 사시합격자가 매우 우수한 연수원과정을 통해 실무능력을 충분히 터득합니다. 국민에게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데에는 로스쿨제도보다 사법시험제도를 통해 사법연수원 교육을 시키는 것이 훨씬 더 낫습니다. 변호사시험법 부칙 제2조와 제4조 제1항을 삭제하고 사법시험법을 계속 시행하도록 하면 됩니다.

이미 도입되어 있는 로스쿨제도가 폐지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법학전문대학원-변호사시험 출신과 사법시험-사법연수원 출신이 서로 경쟁하며 발전하도록 하는 것(사법시험·변호사시험 병행제도)이 법률수요자에게도 유리할 것입니다. 법학전문대학원-변호사시험을 폐지하고 사법시험-사법연수원만을 유지하는 것이 더 좋겠지만, 법학전문대학원을 당장 폐지할 수 없다면 법학전문대학원-변호사시험과 사법시험-사법연수원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사법시험을 존치시키고 현재의 변호사시험을 사법시험에 통합하는 경우, 로스쿨 졸업자에게 사법시험 제1차시험을 몇 년간 면제해 주는 방법(변호사시험을 없애고 법학전문대학원과 사법시험-사법연수원을 유지하되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자에게 사법시험 제1차시험을 면제해 주는 것)이나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은 예비시험 합격자에게 사법시험 응시자격을 주는 방법(법학전문대학원과 예비시험을 병행하되 사법연수원을 통해 연수를 실시하는 신사법시험으로 단일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으로 고려될 수 있을 것입니다.



Ⅳ. 맺음말



로스쿨제도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에 종국적으로는 독일처럼 폐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작년 4월에 사단법인 한국기업법무협회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53명, 일반대학원 법학과 교수 64명, 법조계 종사자 165명 등 총 404명의 법률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60.6%가 ‘지금이라도 로스쿨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응답하였습니다.

사법시험의 존치는 공정사회의 구현과 관련되어 있어서 모든 국민의 관심사이기도 하지만, 특히 법과대학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므로 법대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보다 깊은 관심을 가지고 사법시험 존치를 위해 노력해 주시길 바랍니다.



* 이 글은 2012. 6. 8. 14:00-18:00 숙명여자대학교 백주년기념관 601호에서 개최된 ‘법학교육 정상화와 법조인력 양성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토론자로서 발표한 내용을 수정·보완한 것입니다.


 *출처 : 법률저널 2012.0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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