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 긴 법률명 약칭 절실

2014.02.28 23:14

관리자 조회 수:3981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은 법률명이 길어 통상 약칭을 사용한다. 행정기관에서는 통상 ‘토지보상법’으로 불리지만, 법원 판결문에는 ‘공익사업법’으로 표시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공정법’이라는 약칭은 행정기관에서는 통상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을 일컫지만 법원 판결문에서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변화에 따라 제정되는 특별법이 늘어나면서 법률명도 길어지고 있다. 법제처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법률 이름이 10자 이상이어서 약칭을 쓸 필요가 있는 법률은 676개로 전체 1307개의 51.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과 아메리카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 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의 시행에 따른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재산의 관리와 처분에 관한 법률’처럼 무려 81자나 되는 이름을 가진 법률도 있다. 약칭을 사용해야 할 법률이 그만큼 많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약칭을 어떤 기준으로 만들 지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은 통상 단어의 첫글자를 따서 ‘화평법’으로 불리지만,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은 단어의 중간글자를 따서 ‘단통법’이나 ‘단말기유통법’으로 불린다. 또 약칭이 사용된 경우 원래 법률명을 쉽게 떠올릴 수 없는 사례도 많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도 문제가 된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의 경우 판결서에서는 ‘개발제한구역법’으로 쓰이지만 ‘개특법’으로 줄여서 쓰이는 경우도 많다. 약칭의 어감이 좋지 않은 데다 법률의 의미를 쉽게 유추하기도 힘들다. ‘도정법’ 역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의 법률명을 유추하기 쉽지 않은 약칭의 한 종류다.


법률을 토대로 판결을 해야 하는 법원도 법률명 약칭에 관한 기준을 갖고 있지 않다. 현재 법원은 특별한 기준 없이 재판부마다 재량껏 약칭을 사용하고 있다. 판결문에는 정식 법률이름이 등장하고, 그 이후에 반복될 경우에 ‘이 사건 법률’이나 약칭이 사용되기 때문에 사건 당사자에게 혼동을 줄 일은 없지만, 사회준칙이 되는 판결도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법부가 단일한 약칭을 쓰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법원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법원도서관은 지난해 7월 ‘법령명 약칭통일사업’을 추진해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최근 연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도서관은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어느 정도의 길이를 가진 법률명부터 약칭을 사용할 지, 약칭을 정하는 방식은 어떻게 할 지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법제처도 이달 안에 법조인과 국어학자, 언론계 인사 등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만들어 법률명 약칭에 관한 기준을 정할 첫 회의를 열 예정이다.

법원이나 행정부처에서 법률명 약칭에 관한 기준을 만드는 것보다는 입법과정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법원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입법단계에서 약칭까지 같이 정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입법으로 약칭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는 △법률 본래의 제명 옆에 괄호를 추가해 약칭을 규정하는 방식 △법률의 본문에 약칭에 관한 조문을 추가하는 방식 △’법률의 형식적 요건 등에 관한 법률(가칭)’을 따로 제정하는 방식 등이 검토되고 있다.
  *출처: 법률신문 2014.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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