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26 10:28
대법원 형사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건물주를 대신해 월세계약을 맺기로 하고는 전세계약을 맺어 보증금을 빼돌린 혐의(업무상배임 등)로 기소된 건물관리인 박모(57)씨에 대한 상고심(2010도10690)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지난 11월 11일 확정하였다.
[사건개요와 재판진행]
박모씨는 2003년 경기 시흥시에서 왕모씨의 건물을 관리하며 왕씨 대신 임차인들과 월세계약을 맺는 업무를 해왔다. 그런데 2007년부터 박모씨가 임차인과 월세계약이 아닌 전세계약을 맺고 보증금을 빼돌리기 시작해 2008년까지 건물주인 왕모씨에게 총 3억9,000여만원의 피해를 입힌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과 2심은 모두 “박모씨의 업무상 배임 혐의와 사기 혐의는 각각의 죄로 볼 수 있다”며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였다.
[판시사항]
1. 배임죄에 있어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의 의미
2. 배임행위가 본인 이외의 제3자에 대한 사기죄를 구성하는 경우 배임죄 성립여부
[판결이유요지]
(1) 배임죄에서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되고, 재산상 손해의 유무에 대한 판단은 본인의 전 재산 상태에 대한 관계에서 법률적 판단에 의하지 아니하고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여야 하며, 따라서 법률적 판단에 의하여 당해 배임행위가 무효라 하더라도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여 배임행위로 인하여 본인에게 현실적인 손해를 가하였거나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에는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에 해당한다.
(2) 본인에 대한 배임행위가 본인 이외의 제3자에 대한 사기죄를 구성한다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본인에게 손해가 생긴 때에는 사기죄와 함께 배임죄가 성립한다(실체적 경합관계).
[이 판결의 의의]
피고인이 건물에 관하여 전세임대차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없음에도 임차인들을 속이고 전세임대차계약을 체결하여 그 임차인들로부터 전세보증금 명목으로 돈을 교부받은 행위는 건물주가 민사적으로 임차인들에게 전세보증금반환채무를 부담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사기죄에 해당하고, 위 건물에 관하여 전세임대차계약이 아닌 월세임대차계약을 체결하여야 할 업무상 임무를 위배하여 전세임대차계약을 체결하여 그 건물주인 피해자로 하여금 전세보증금반환채무를 부담하게 한 행위는 위 사기죄와 별도로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