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動産) 매도인의 이중매매는 부동산 이중매매와는 달리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지난 1월 20일 자신 소유의 인쇄기를 이중매매한 혐의(배임)로 기소된 박모(48)씨에 대한 상고심(2008도10479)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였다(상고기각).



[사건의 진행과 재판의 개요]
박모씨는 자신소유의 인쇄기 한대를 고양시 덕양구에 있는 류모씨의 회사에 보관해 놓고 2005년 4월께 피해자 최모씨에게 1억3,500만원에 팔기로 계약하였다. 이후 박씨는 최씨에게 계약금 등을 주면 잔금을 내기 전에 인쇄기를 미리 주겠다고 약속하고 세 차례에 걸쳐 총 4,300 여 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박씨는 인쇄기를 넘기지 않고 오히려 인쇄기를 보관하고 있던 류씨와 같은 해 7월 인쇄기 매매계약을 체결해 배임 혐의로 기소되었다.
1심과 2심은 모두 "박모씨가 최모씨에게 잔금 지급 전에도 인쇄기를 주겠다고 한 것은 최모씨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호의적으로 한 말에 불과해 박모씨에게는 인쇄기를 선이행해야 할 의무가 없다"면서 "인쇄기를 최모씨에게 인도해야 할 의무는 민사상의 채무에 불과할 뿐 타인의 사무라고 볼 수 없어 박모씨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박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판결이유요지]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는 계약의 경우(민법 제563조), 쌍방이 그 계약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여야 할 채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기의 사무’에 해당하는 것이 원칙이다. 매매의 목적물이 동산일 경우,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계약에 정한 바에 따라 그 목적물인 동산을 인도함으로써 계약의 이행을 완료하게 되고 그때 매수인은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를 취득하게 되는 것이므로, 매도인에게 자기의 사무인 동산인도채무 외에 별도로 매수인의 재산의 보호 내지 관리 행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동산매매계약에서의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므로, 매도인이 목적물을 매수인에게 인도하지 아니하고 이를 타에 처분하였다 하더라도 형법상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즉, 매매계약의 당사자가 계약상 채무를 이행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자신의 사무에 해당할 뿐 상대방의 사무라고 볼 수 없고, 동산 매도인은 매수인의 재산 보전 혹은 관리에 협력할 의무가 없으므로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동산 매도인이 매매목적물을 이중으로 매도하는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데 그칠 뿐 형법상 배임죄로 처벌받지는 않는다.

위 다수의견에 대해서는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김능환, 대법관 전수안의 보충의견이 있다.
그러나 안대희·차한성·양창수·신영철·민일영 등 대법관 5명은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 대법관들은 "계약상 채무의 이행이 자기 사무의 처리라는 성격과 동시에 타인의 재산 관리·보전에 협력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경우에 그 채무자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면서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당사자 간의 신임관계는 형벌법규에 의한 제재를 통해 보호할 가치가 있는 법익이라는 점에서 배임죄 처벌의 당위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위 반대의견에 대해서는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민일영의 보충의견이 있다


[이 판결의 의의]
대법원은 부동산 매도인이 중도금 수령 이후 매매목적물을 제3자에게 파는 부동산 이중매매에 대해서는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확고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동산 이중매매가 배임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판례가 없었다.
이번 판결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문제되는 민사분쟁에서 배임죄의 성립요건을 엄격히 해석하도록 해 형벌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단순한 채무불이행과 배임행위를 구분하는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데에 판결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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