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분야 통찰 능력 갖춰야 무한 경쟁시대 존립" 인식
도제식 교육 벗어나 시스템화 된 전문교육 프로그램 도입
해외 유학도 英·美 위주서 프랑스·日·中 등으로 다변화 
 

“많은 법률지식을 아는 것 보다 고객의 문제에 적합한 솔루션을 갖고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 변호사의 경쟁력을 의뢰인들이 평가하는 시대가 곧 올 것이기 때문이다”(오용석 법무법인 태평양 대표변호사)

“결국 사람이 답이다. 잠시만 대화를 나누어도 해당 분야의 근본적인 문제는 물론 앞으로의 비전까지 통찰과 철학으로 제시할 수 있는 변호사를 길러내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윤용석 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

로펌업계에 새로운 인재 경영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 선배변호사의 사무실에 배치돼 어깨너머로 일을 배우던 도제식 교육에서 벗어나 조직화된 전사적 교육시스템을 도입하는 로펌들이 늘고 있다. 로펌 변호사 교육의 핵심으로 주목받던 해외유학도 과거 영미권 위주의 프로그램운영에서 프랑스와 일본, 중국 등으로 다변화하는 추세다. 이러한 변화에는 많은 법률지식을 알고 있는 과거의 변호사 업무 형태에서 벗어나 맡고 있는 전문 분야를 통찰하는 능력을 갖춰야 법률시장 무한경쟁 시대를 헤쳐나갈 수 있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법률시장개방과 국내 법률시장의 경쟁 악화라는 위기에 직면한 국내 대형 로펌들이 ‘핵심적인 인재양성’ 을 카드로 꺼내들고 있는 것이다.

오용석 법무법인 태평양 대표변호사는 지난 3월 경기도 오산 롯데연수원에서 열린 ‘2011년 태평양 주니어 워크샵’에 참석해 “단순한 전문적 법률지식만을 제공하는 변호사가 아니라 ‘해결방안 제시자(Solutoin Provider)’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성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법률시장개방에 따른 격변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의 폭넓은 지식을 확보한 전문인을 교육해 내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집행부의 이러한 의지 표명에 따라 부서별 전문성 강화 교육에 매진하고 있다. 태평양의 교육프로그램 중 특히 눈에 띄는 것은 1,2년차 새내기 변호사들이 선배 변호사들의 경험을 체계적으로 전수받는 ‘일요세미나’다.

올해 2월 개강한 이 프로그램은 연 33회, 매주 일요일 오후4~6시 강남구 역삼동 태평양 사무실에서 진행된다. 커리큘럼은 로펌변호사의 기본업무인 의견서 작성법에서부터 사법연수원에서 익히지 못한 회사합병, 영업양도, 분할, 포괄적 주식교환 등 전문 강좌를 망라하고 있다. 오정면 태평양 교육위원회 변호사는 “처음에는 일요일 출근을 부담스러워 하는 변호사들도 있었지만 강의가 거듭될 수록 그 효용성을 인정받아 지금은 대다수의 신입 변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광장은 국제적 감각을 갖춘 전문변호사를 양성하기 위해 소속변호사들의 해외전문변호사 컨퍼런스 참여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안용석 광장 교육위원회 총괄변호사는 “해외 컨퍼런스 참여는 해당 분야를 전문으로 삼은 변호사들의 국제적인 안목을 높일 뿐 아니라 국제적인 인맥을 형성하는데 효과적”이라며 “로펌 차원에서 변호사들의 해외컨프런스 참여에 필요한 비용을 전액 지원하고 컨퍼런스에 참여하는 변호사들이 업무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사건 배분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 1인당 해외컨퍼런스 참여에 소요되는 비용은 대략 1천만원 정도이다. 광장은 이러한 비용으로만 해마다 3억~5억원을 책정해 운용하고 있다. 점심 짜투리시간을 이용한 미니 세미나도 인기다. ‘샌드위치 세미나’라고 이름 붙은 광장의 이 세미나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20분가량 샌드위치를 먹고 1시간30분 가량 준비된 주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매일 아침이면 사내 온라인게시판에 그날 점심에 열린 샌드위치 세미나의 주제와 장소가 공지되고 변호사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세미나를 찾아 신청한다.

법무법인 세종은 신입 변호사를 위해 1년간 전문분야 교육프로그램과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입사 1개월간은 변호사의 자세, 업무처리요령. 의견서작성요령 등을 배우고 3개월부터는 매주 형사소송일반부터 M&A의 주요이슈, 증권시장, 세법강의 등 전문 지식 습득에 집중한다.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김영주 고문의 ‘경제사회 변화와 리더쉽’ 강좌와 벤자민 휴스 미국변호사의 ‘국제업무와 외국로펌에서의 생활’, 유창종 전 대검 중수부장의 ‘와당이 깨워준 삶’ 등은 인기있는 특별강좌로 자리잡고 있다.

법무법인 화우는 화우연수원을 통한 체계적 교육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기존 판례를 심층분석하는 판례강독회를 비롯해 고문 및 대표변호사 등 법조 선배 특강, 외부강사 초청 특강 등 다양한 강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특히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어학 강좌와 커뮤니케이션 스킬, 의상 코디법까지 다양한 문화 강좌를 진행하는 화우연수원은 소속 변호사 뿐만 아니라 사내변호사들도 찾아와 듣는 인기강좌들이다.

법무법인 율촌은 2007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율촌아카데미’를 교육프로그램의 구심점으로 삼고 있다. 율촌아카데미는 약 2주간 진행되는 신입변호사들의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연차별 맞춤형 경력개발지원프로그램인 목요상설강좌, 어학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어학프로그램은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와 한국어는 물론 스페인어까지 진행하고 있어 소속변호사의 40%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프라이데이 나이트 메어(메어(Friday Nightmare)는 독특한 운용방식으로 유명하다. 자발적으로 모인 수십명의 소속 변호사들이 국내외의 최신 법률 쟁점을 다각도로 해석해 완전히 소화할 때까지 밤샘 분석과 난상토론을 이어가는 모임으로 인기가 높다.

김용호 법무법인 로고스 대표는 지난해 10월 대표변호사에 당선된 직후 로고스 소속 변호사의 전문성강화를 주요 경영목표로 제시했다. 변호사들을 6개 그룹 13개 전문팀으로 나누고 전문화 강화를 위한 5개년 계획을 수립했다. 5명으로 구성된 전문화점검단을 별도로 구성해 전문팀별 전문화 이행정도를 점검하는 시스템도 갖췄다. 김 대표는 “10년 내에 아시아 최고 로펌을 목표로 전문성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변호사들의 전문자격 취득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주로 파생상품이나 증권분야의 전문자격증들이다. 로고스 변호사들은 관련 분야 자격을 적게는 2개에서 많게는 7개 이상 취득하고 있다.

대형로펌들의 이러한 인재교육프로그램은 과거 시니어 변호사의 사무실에 한명씩 배치돼 사건처리를 도우며 어깨 너머로 배우던 도제식 교육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로펌의 규모가 커지면서 도제식 교육으로는 신입 변호사의 교육을 감당할 수 밖에 없을 뿐 아니라 교육의 품질을 유지하기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안용석 광장 변호사는 “모든 기업이 법무실을 운용하고 있는 지금은 사법연수원을 졸업한 정도의 능력만으로는 로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서 “로펌들은 필요한 능력을 갖춘 변호사를 스스로 양성할 수 밖에 없고 그러기 위해서는 시스템화된 전문 교육프로그램을 도입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과거 로펌 교육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해외 연수프로그램은 축소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대형 로펌의 관계자는 “법률시장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데다 최근 몇년간 로펌의 규모 확대로 비용 부담이 증가해 해외연수프로그램을 조금씩 줄여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 등 영어권 국가에 집중되던 해외연수도 일본과 중국, 유럽과 남미 등으로 다양화되는 경향도 뚜렷하다. 
    *출처 : 법률신문,2011.8.23. ,권용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