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21 06:47
대법원(주심 박정화 대법관)은 지난 4월 26일 배달대행업체 배달원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인가와 관련하여 근로자성을 부정한 원심의 판단을 정당하다고 하면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서의 구체적 요건을 충족하였는지에 대해 다시 심리 판단하라고 하면서 사건을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으로 되돌려 보냈다(2016두49372).
[사실관계 개요]
원고는 서울 광진구 (주소 생략)에서 ‘○○○ ○○’(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 다)이라는 배달대행업체를 운영하면서, 음식점 등(이하 ‘가맹점’이라 한다)에 배달대행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인 ‘△△△ △’(이하 ‘이 사건 프로그램’이라 한다)을 설치해 주고, 가맹점으로부터 그 프로그램 사용료로 월 10만 원을 지급받았다.
피고 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2013. 10. 3.부터 자신의 스마트폰에 이 사건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배달 업무를 수행하였다.
참가인을 포함한 이 사건 사업장 소속 배달원들은 가맹점에서 이 사건 프로그램을 통해 배달요청을 할 경우 그 요청을 선택할 것인지 거절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었다. 그 요청을 거절하더라도 원고로부터 특별한 제재가 없었고, 이 사건 프로그램에는 위성항법장치(Global Positioning System, GPS) 기능이 없어 원고가 배달원들의 현재 위치와 배송상황 등을 관제할 수 없었으며, 배송지연으로 인한 책임을 원고가 전적으로 부담하는 것도 아니었다.
원고는 배달원들의 업무시간이나 근무 장소를 별도로 정하지 않았다. 나아가 배달원들은 이 사건 사업장 소속으로 수행하는 배달 업무에 지장이 없는 한 다른 시간대에 다른 회사의 배달 업무를 수행하는 것도 가능하였고, 다른 사람에게 배달 업무를 대행하도록 할 수도 있었다.
배달원들은 가맹점으로부터 배달 건당 2,500원에서 4,500원 정도의 배달수수료를 지급받음으로써 그 수익을 얻었고, 별도로 원고로부터 고정급이나 상여금 등을 지급받지는 않았다.
원고는 배달원들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배달원들이 지급받는 수수료에서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지 않았으며, 배달원들을 근로자명단에 포함시켜 4대 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의 보험관계 성립신고를 하지도 않았다.
참가인은 2013. 11. 26. 20:30경 서울 광진구 중곡동 소재 군자역 근처에서 원고의 친형 소유의 오토바이를 운전하여 배달을 하다가 무단횡단을 하던 보행자와 충돌하는 사고를 당하여 폐쇄성 흉추 골절과 흉수 손상 등을 입었다.
[판결이유요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125조 6호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하나로 ‘한국표준직업분류표의 세분류에 따른 택배원인 사람으로서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주로 하나의 퀵서비스업자로부터 업무를 의뢰받아 배송 업무를 하는 사람’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퀵서비스기사의 전속성 기준’(2012. 4. 11. 고용노동부 고시 제2012-40호)은 ‘주로 하나의 퀵서비스업자로부터 업무를 의뢰받아 배송업무를 하는 사람’이란 ‘하나의 퀵서비스업체에 소속(등록)되어 그 업체의 배송 업무만 수행하는 사람’(제1항) 또는 ‘하나의 퀵서비스업체에 소속(등록)되어 그 업체의 배송 업무를 수행하면서 부분적으로 다른 업체의 배송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으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제2항)을 말한다고 규정하면서, 제2항 각 호에서 ‘소속(등록)업체의 배송 업무를 우선적으로 수행하기로 약정한 경우’(가.호), ‘순번제 등 소속(등록)업체가 정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배정받아 수행하는 경우’(나.호),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퀵서비스 휴대용보단말기(PDA 등)를 사용하지 않거나, 수익을 정산함에 있어 월비 등을 정액으로납부하는 등 사실상 소속(등록) 업체 배송 업무를 주로 수행하는 경우’(다.호) 등을 규정하고 있다.
한편, 한국표준직업분류표(2007. 7. 2. 통계청 고시 제2007-3호)는 세분류에서 9222택배원’은 ‘고객이 주문 및 구매한 상품 등 각종 물품 및 수하물을 고객이 원하는 곳까지 운반하여 준다’라고 규정하면서, ‘9223 음식배달원’을 ‘각종 음식점 등에서 고객의 요구에 따라 해당 요리를 특정 장소까지 배달하는 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본 사정을 이러한 규정들의 내용과 규정 취지에 비추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판단할 수 있다.
이 사건 사업장은 음식점이 아닌 배달대행업체이다. 이 사건 사업장에서 참가인이 수행한 업무는 가맹점이 이 사건 프로그램을 통하여 요청한 배달요청 내역을 확인하고, 요청한 가맹점으로 가서 음식물 등을 받아다가 가맹점이 지정한 수령자에게 배달하는 것이고, 이는 한국표준직업분류표의 세분류에서 ‘9223 음식배달원’의 업무보다는 ‘9222 택배원’의 업무에 더 잘 부합한다. 따라서 이 사건 사업장에서 배송업무를 수행한 참가인은 따라서 이 사건 사업장에서 배송업무를 수행한 참가인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125조 제6호에서 정한 ‘한국표준직업분류표의 세분류에 따른 택배원’으로 봄이 타당하다.
[이 판결의 의의]
배달대행앱 노동자에게 산업재해를 인정한 점에서는 의의가 있으나, 대법원이 ‘사용자의 지휘·감독’이라는 요건을 의식하여 신종 플랫폼사업 노동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은 점은 이 판결의 한계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배달대행앱 노동자가 특수고용직에 해당하는지 원심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라고 주문했으나, 같은 날 대법원은 또 다른 배달대행업체 배달원 사망사건(대법원 2017두74719)에서 "특수고용직의 전속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