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소리

2009.03.08 10:37

관리자 조회 수:6115

 엊그제 겨울인가 싶더니 어느 순간에 봄이 내 곁에 와 있다. 어제는 밭에 도라지씨도 뿌리고, 석류나무 가지치기도 할 겸 밭에 들렸다. 밭 가장자리에 심어놓은 홍가시 나무에 새싹이 여기저기서 움트고 있었다. 생각할수록 자연은 참으로 신비하다는 생각이 든다. 밭 한 쪽에는 지난 해 12월에 심은 보리가 자라 어린 시절 고향생각을 절로 나게 한다.

 60년대 초 초등학교 시절 먹을 것도 많지 않던 오뉴월에 보리가 익으면 보리를 꺾어다 논두렁에 쌓아둔 풀로 구워먹거나 집으로 가지고 가 솥단지에 보리를 쪄서 비벼먹기도 하였다.

 오늘은 어린 시절 추억을 되새기며 , 저녁에 된장을 풀어 보리 국을 끓여먹을 요량으로 아내에게 부탁하여 보리 순을 조금 솎았다. 보리 국에 섞기 위해 밭에 난 쑥도 조금 캤다.

 겨울에 감나무 아래 두둑에 심어 놓은 상추와 무우, 배추가 따뜻한 봄기운에 원기를 되찾아 싱싱한 본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옆 두둑에서는 겨우내 땅속에서 잠자던 머우대에서 새 머우닢이 여기저기서 돋아나고 있었다. 머우닢을 나물로 무쳐먹으면 그 쌉스레한 맛이 입맛을 돋운다. 나중에는 두릅도 심어볼 생각이다. 친지가 어린 비파나무 모종을 한 열 그루 준다고 한다.

  두둑아래 밭 바닥에는 작년 겨울 추위로 죽을까봐 비닐을 덮어주고 며칠 그대로 놔두었더니 낮 동안 쏟아진 강렬한 햇볕 때문에 가지와 잎이 말라버린 귤나무가 네그루가 앙상하게  서있다. 탱자나무에 접붙인 윗부분은 아직도 살아 있어 한 가닥 희망을 가져본다. 마음속으로   �너희들 죽으면 안 된다. 꼭 살아야 된다.�고 되뇌면서. 작년 가을 아내가 제주도로 수학여행 다녀오면서 정성스레 가져온 나무라서 더 애착이 간다.  작 년 한 해 동안 물 빠짐이 좋지 않아 상태가 나빠졌던 주목을 땅바닥 위로 다시 옮겨 심은 뒤로는 주목 잎에 녹색 기운이 돌면서 다시 살아나기 시작하였다. 참으로 반갑고 기뻤다.

 느릅나무 아래 바닥에 쌓아놓은 돌을 다시 정리하다 보니 그 속에 도롱뇽 새끼 한 마리가 나에게 들켜 멀리 도망갔다. 밭에 농약도 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밭을 이용하다 보니 여름에는 온갖 풀벌레와  꽃뱀, 꿩, 족제비 등이 돌아다닌다. 마을 사람들은 제초제와 농약을 뿌려야 한다고 훈수한다. 그걸 모르는 바는 아니다. 제초제나 농약이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 더 많은 양을 얻기 위해서 이들을 사용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다보니 감나무에는 가끔 낙엽 병이나 깍지벌레가 감염되거나 번성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감을 전혀 구경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단출한 우리 식구와 아는 이에게 조금 나누어줄 수 있는 양은 얻을 수 있어 이에 만족한다.

 밭 손질을 하고 있는 데 지나가던 앞 집 아주머니가 자기 집 밭에서 캐온 복분자 네그루와 백일홍 일곱 그루를 밭에 심어보라고 하면서 전해주고 갔다. 금년에는 복분자도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작년에는 밭에 심은 방울토마토와 살구, 참앵두와 물앵두를 맛보면서 비바람을 맞으면서 자란 과일의 참 맛을 맛보고 느낄 수 있었다. 마트나 시장에 나온 과일이나 채소들은 깊은 맛이 없다.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채소나 과일의 참 맛을 모르고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일 년 동안 애쓰면서 지은 밭 뒤쪽 토담집에 친지들이 서너 명 모여든다. 한쪽에는 화장지와 과일봉지 같은 걸 들고서. 집도 지어본 경험이 없는 30대 중반의 젊은이가 직장에서 쉬는 날만 와서 배우고 찾아보면서 집을 지었으니 남인 내가 보아도 참 대견스러워 보인다. 

 토담집을 찾아온 이들과 함께 온 초등학생 어린이들이 재잘거리는 소리가 오늘따라 사람 사는 세상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20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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