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와 하나되기

2009.02.24 22:28

관리자 조회 수:6513

  요즈음은 세상의 변화도 빠른 데다 갈수록 경쟁도 치열해져 삶의 여유가 점점 없어진다. 원심력이 갈수록 강해지니 저 마다의 무게중심도 휘청거린다.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관심은 온통 바깥으로 쏠린다. 취업도 어렵고, 직장에서 오래 버티기도 힘든 세상이다. 무엇이 진정한 삶의 참 모습인가를  곰곰이 되돌아보게 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려면 세상 분위기, 직장 분위기에서 일정한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분위기는 전염성과 침투력이 강하다. 직장 분위기, 세상 분위기에서 우리 모두는 자유로울 수가 없다. 자신의 의지하고는 무관하게 세상 분위기, 직장 분위기가 자신에게 스며든다. 분위기는 가변적이다. 이러한 분위기에 마냥 휘둘리는 것은 지혜롭지 못하다. 따라서,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자신의 내면에 하루의 일정한 시간을 할애할 필요가 있다. 이는 자신의 밖에 대한 관심, 혼란스러운 다른 존재 때문에  흐트러지고 소진된 에너지를 재충전하고, 내면을 정화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렇게 함으로써  창의력(創意力)과 조화(造化)의 원천(源泉)인 내면의 나를 더욱 활성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면으로의 침잠은 어떤 의미에서는 타인을 포함한 나 아닌 존재에 대한 속 깊은 배려이기도 하다. 충만한 밝은 기운이 밖으로 뿜어져 나올 때  나 아닌 다른 존재도 밝아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혼자서 소진된 에너지를 회복하기 어려울 때는 산과 대지의 차분하고 편안한 에너지의 바다에 합일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현상적으로는 일렁이는 파도 처럼 너와 나가 있지만, 생명 에너지 바다에서는 본디부터 하나이기 때문이다.
산과 대지에는 계산이 없다. 산과 대지는 항상 차분하고 넉넉하고, 포근한 기운으로 넘쳐흐른다. 여기에 있으면 어느 순간  너와 나가 하나가 된다. 시골 시장바닥처럼 왁자지껄한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여기에서는 분별과 계산으로 가득 찬 사람을 만날 때처럼 머리가 아프거나 가슴이 답답하지도 않다. 그래서 나는 가끔 바쁜 와중에도 집을 훌쩍 떠나 밭에 가곤 한다. 밭에 머무는 동안은 밭과 하나가 된다. 시비분별은 사라지고 곧바로 일 자체에 빠져드니 마음도 편안하고, 생각도 정화된다. 산과 대지에는 사람처럼 복잡한 계산도, 마음의 소용돌이도 없다. 피아를 구별하지 않고 넘치는 에너지를 아낌없이 그저 줄 뿐이다. 대지는 삶에 지친 인간을 아늑하고, 편안하게 안아준다. 거기에는 복잡한 계산도, 술수도 없다. 그저 응할 뿐이다. 산이나 대지에 두 발을 내딛고 있노라면 어느 순간 산과  대지와 하나 되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주관적인 시간의 흐름이 너무 빠르다. 태고적부터 오늘날까지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 그 시간과 공간의 크기와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광대무변한 자연의 흐름 속에 있노라면 나라는 개체는 어느새 사라져버린다. 피아를 떠날 때 참으로 큰 활력이 나온다. (2009.2.25,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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