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과 집중, 그리고 보람

2009.04.01 08:53

관리자 조회 수:5905

 어제는 장흥에 가서 소나무와 종려나무, 그리고 포도나무, 동백꽃을 각각 한 그루씩 사 왔다. 작년에 우연히 장흥 정남진 토요시장에 갔다가 시장 한 구석에 차려진 꽃가게에서 신품종 동백 꽃과 느릅나무 등을 사서 심었는 데 배수처리를 잘못하여 그만 동백꽃은 죽어버렸다. 꽃이 단순하면서도 화사하여 참 마음에 들었다. 그 꽃이 생각나 다시 사볼 요량으로 장흥에 다시 간 것이다. 이번에는 가게가 아니라  직접 가게 주인이 가꾸는 농장으로 가서 마음에 든 나무들을 골랐다. 시장보다 더 싸고 좋은 게 많았다. 그러나 작년에 산 것과 똑 같은 동백꽃은 없었다. 그래서 흰색 야생 동백꽃을 대신 샀다. 내 차 뒷자석 의자를 접어 공간을 만든 다음에 나무들을 실었다. 순천에 와서 점심 대용으로 팥죽을 사먹은 후 집에서 작업복으로 옷을 갈아 입은 뒤  집 옆 빈 땅에서 황토 흙을 조금 담고서 집에서 25분 정도 걸리는 면소재지 밭으로 곧장 갔다. 그런데 최근에 마을 앞 길에 수도관을 묻으려고 길바닥을 파헤쳐 놓았는 데 하필이면 파놓은 길바닥을 오늘 점심 무렵에 다시 덮고 그 위에 레미콘을 부어 포장을 해놓은지라 굳지 않아 밭 옆까지 차를 가지고 갈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밭에 연결된 도로 중간에 차를 주차한 다음 너무 무거워 들기 힘든 종려 나무를 굳은 도로까지 굴려서 옮긴 다음 아직 마르지 않은 도로부근에서 나는 아예 둥치를 보듬고, 아내는 잎 줄기 부분을 받치고 다른 사람 소유 언덕배기 밭 위로 올라간 다음 다시 내려와 밭으로 갔다.
 한 바탕 소동을 피운 다음 밭에 종려나무와 소나무를 옮긴 다음 위치를 보아 심었다. 고인돌 모양 바위 옆과  종 모양 바위 옆에 소나무와 종려나무를 심었다. 고인돌 옆에 심은 해송이 바위와 자연스레 어우러져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윗입술부위가 간질간질해서 거울을 쳐다보니 입이 쥐었다. 어제 생각으로는 올 봄에는  더 이상 나무를 심지 않아야겠다고 마음속으로 작정했는 데 막상 심어놓고 보니 연출이 멋있게 되어 소나무를 두 그루 더 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을 일치감치 먹고 장흥으로  떠났다. 차에 다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큰 소나무와 포도나무, 맛이 좋다는 복숭아 나무 한 그루씩과 , 개나리 스무 주와 천리향을 한 그루를 사들고 집에 잠깐 들려 옷을 갈아입은 뒤 다시 밭으로 갔다. 하루 지나서 그런지 길 바닥이 단단하게 굳어있어 나무를 옮기는 데는 어제와 달리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소나무가 너무 무거워 심는 곳까지 나르느라 혼이 났다. 오늘 사온 나무를 다 심은 후 바위 사이에 심은 홍가시 나무에 물을 다 주고 나니 저녁 8시가 넘었다. 밭을 정리정돈한 후 집에 돌아와 보니 밤 9시가 훌쩍 넘었다.  이렇게 늦게까지  좋아하지 않는 것에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 했다면 굉장히 피곤하고 짜증날 수도 있는 일인데도 이상하게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참 시간도 빨리 갔다. 피곤해도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무슨 일을 하든 자기가 좋아서 하면 설령 피곤하더라도 그게 자신에게는 즐겁고, 보람있는 일이라는 것을 새삼 스레 깨닫게 되었다. (2009.3.29.)

사람 &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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