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기여도를 따지지 않고 일정한 결과가 발생하면 무조건 수임이 성공한 것으로 간주하는 ‘묻지마’ 성공간주 약관은 무효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4단독 박재경 판사는 지난 3월 6일 K 변호사가 치과의사 오모씨를 상대로 낸 약정금 청구소송(2012가단311650)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했다.


[사안의 개요와 재판진행]

치과의사 오씨는 임플란트 시술로 유명한 A치과의원의 지점 명의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K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세웠다. 위임계약 체결 후 변호사가 나서기도 전인 한 달 만에 A치과가 서둘러 개선된 매각조건을 제시했고 오씨는 처음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병원을 인수했다. 오씨는 “위임계약을 체결한 뒤 변호사가 한 일이 없는데도 성공보수금을 요청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성공보수금을 주지 않았고 이에 K 변호사는 소송을 냈다.


[판결이유요지]

오씨가 A치과로부터 병원 명의를 넘겨받기 위해 K 변호사와 위임계약을 체결한 뒤 이전보다 개선된 조건으로 치과를 인수할 수 있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오로지 오씨의 노력으로 개선이 이뤄진 것까지도 변호사의 수임성공으로 간주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K 변호사는 고객인 위임인에게 부당하게 불리해 무효인 성공간주 조항을 근거로 성공보수금을 청구할 수 없다.

이 사건 성공간주 조항은 변호사가 협상 업무를 개시했는지 협상이 개선에 기여한 것이 있는지를 묻지 않고 결과가 발생하면 수임사무가 성공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는 약관규제법이 금지하는 공정성을 잃은 무효인 조항에 해당한다.

K 변호사는 오씨가 유리하게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대리인으로 나섰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K 변호사가 대리인으로 나선다는 사정을 알고 위축돼 A치과가 매각조건을 개선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오씨의 선택에 따라 당연히 따라오는 결과일 뿐이다. K 변호사가 국회의원이었다는 사실 자체를 수임사무 이행으로 보기는 어렵다.


[변호사업계의 반응]

변호사업계는 이번 판결에 대해 “법원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K 변호사를 대리한 박진식(43·33기) 법무법인 넥트스로 변호사는 “강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상대방이 ‘쉽지 않다’고 생각해 분쟁이 조기에 종결되는 경우가 있다”며 “이 같은 사례를 이용해 유리한 결과를 받아 놓고도 성공보수금을 주지 않으려는 의뢰인들이 있어 성공간주 조항을 만들어 놓은 것인데 이 조항 자체를 무효라고 본다면 앞으로 같은 사건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최진녕(43·33기)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은 “법원이 성공보수금이나 간주조항에 대해 분명한 약정이 있는데도 법적 근거 없이 변호사에게 지나치게 불리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법원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불분명하고 무조건적인 성공간주 조항에 대해 끊임없이 수정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약관이 불분명하게 설정돼 있는 자체만으로도 변호사보다 상대적으로 법적으로 약자인 의뢰인에게 불리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출처: 법률신문 2014.3.17.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0 임대차보증금의 보증범위(대판) 관리자 2012.11.11 3996
39 불법으로 구조변경된 원룸 세입자 보호 불가(서울고판) 관리자 2012.10.31 3960
38 의사의 설명의무위반과 배상책임(서울지판) 관리자 2013.04.20 3856
37 여러 개의 점포를 하나로 튼 경우, 소액임차인 해당(서울중앙지판) 관리자 2012.12.25 3827
36 복수의 중개사고와 공인중개사협회의 공제금 지급한도 범위(대판) 관리자 2012.10.26 3825
35 사업계획승인취소와 증여금 반환 가부(서울고판) 관리자 2012.06.10 3777
34 공정거래위원회,변호사 사무소 불공정 약관 시정조치 file 관리자 2012.05.01 3777
33 공동불법행위와 호의동승의 책임제한(대판) 관리자 2014.04.02 3763
32 민법 제651조 제1항 위헌 소원(위헌결정) 관리자 2013.12.29 3695
31 공인중개사의 설명의무위반과 배상책임(서울지판) 관리자 2013.10.18 3640
30 임대차보증금과 차임연체관련 소송비용 공제가부(대판) 관리자 2012.10.05 3603
29 우선변제권있는 주택임차인과 배당요구 요부(소극, 대판) 관리자 2013.11.30 3592
28 권한없는 타인의 불법예금인출과 금융기관의 배상책임(서울지판) 관리자 2012.10.05 3586
27 소액임차인 보호제도 악용한 임차인, 보호배제(대판) 관리자 2014.01.07 3571
26 연쇄추돌사고와 공동불법행위(대판) 관리자 2012.10.15 3375
25 보험해약환급금과 설명의무(대판) 관리자 2014.11.16 3317
» 변호사 성공간주 약관과 약관규제법(서울중앙지판) 관리자 2014.03.25 3254
23 사용사업주의 파견근로자 안전배려의무와 배상책임(대판) 관리자 2013.12.11 3235
22 임대차계약서상 용도란 기재의 의미(서울중앙지판0 관리자 2015.04.24 3050
21 실패한 성형수술과 수술비반환(서울지판) 관리자 2015.01.01 2985

로그인

로그인폼

로그인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