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없는 타인의 불법예금인출과 금융기관의 배상책임(서울지판)
2012.10.05 22:35
[사안의 개요와 재판진행]
H투자증권은 유모씨가 공인인증서 보관상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유모씨가 컴퓨터를 사용해 보안카드 코드표를 만들어 출력해 소지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별도의 코드표를 만들어 소지했다는 사정만으로 유모씨가 접근매체를 노출 또는 방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자금융거래법 시행령 제8조는 이용자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에 관해 접근매체를 제3자에게 대여·위임·양도하거나 담보의 목적으로 제공한 경우, 접근매체를 누설·노출·방치한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H투자증권에 CMA 계좌를 개설한 후 코스콤으로부터 발급받은 공인인증서를 사용해 금융거래를 해오던 유모씨는 2010년 8월 계좌에서 3400만원이 인출된 것을 발견하고 지난해 3월 소송을 냈다.
[판결이유요지]
전자금융거래법 제9조의 입법 취지는 복잡하고 전문적인 특성을 지녀 원인 규명이 어려운 전자금융사고에 관한 책임부담 원칙을 명확히 규정하려는 것”이라며 “해킹·전산장애 등 이용자의 고의·중과실에 의하지 않은 전자금융사고로 인해 이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하면 금융기관 또는 전자금융업자가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공인인증서와 같은 특수매체의 경우 시스템 운영주체의 의사에 반해 권한 없이 전자기록을 작성하거나 허위내용의 전자기록을 만드는 경우도 ‘접근매체의 위조’에 포함된다”며 “권한 없는 성명불상자에 의해 접근매체인 공인인증서가 부정하게 발급된 것은 시스템 운영주체의 의사에 반하는 ‘접근매체의 위조’에 해당한다.
[이 판결의 의의]
타인이 예금주의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아 예금을 인출해갔다면 금융기관이 예금주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공인인증서 등 접근매체의 위조와 변조의 경우에만 금융기관 등이 손해를 배상하게 돼 있는 전자금융거래법 제9조를 넓게 해석한 첫 판결로 상급심의 판단이 주목된다.
*출처: 법률신문 2012.5.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