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들의 텃세

2020.07.15 13:58

관리자 조회 수:670

오래 전에 건강식품을 팔 던 분이 단골인 나에게 친환경 재료만으로 키운 닭이 낳은 달걀이라고 하면서 한 열 개 정도 주셨다. 시판하는 달걀과 달리 전혀 냄새도 나지 않고 , 구수하였다. 나도 기회가 되면 닭을 친환경으로 키워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후로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2년 후 시골에 집을 짓고 나서야 이 꿈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토종닭이 좋을 것 같아 구례 5일장에 가보았다. 여름이어서 그런지 토종 닭 장사는 보이지 않았다. 시장의 어떤 아주머니가 청계닭 농장을 알려주었다.

아쉽지만 청계닭이라도 길러 보기로 하고 농장에 들렸다. 한 달 반 정도된 닭밖에 없다고 하였다. 달리 다른 방도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냥 한 마리에 만원씩 주고 여섯 마리를 샀다

청계닭 농장 주인 아들이 준 사료와 우리 집 주방에서 나오는 음식물을 주었다. 풀이나 배추잎 무잎 등도 잘 먹었다.

연초에 내 처가 올 여름에는 하와이 여행을 하고 싶다고 해서 예약한 일정에 맞춰 920일 금요일 상경하였다. 토요일에 태풍 링링이 남부지방을 지나간다는 일기예보가 마음에 걸렸다. 별일 없기만을 바라고 일정대로 하와이로 자유 여행을 떠나기 위해 23일 월요일 오후 3시경 인천공항으로 갔다. 짐을 부치고 10시에 하와이안 항공기를 타고 하와이로 갔다.

57일간의 하와이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보니 닭장 지붕 두 개와 태양광 판넬과 석축사이를 막은 리빙우드 넉 장이 뜯겨져 여기 저기 흩어져 있었다. 아침을 서울서 가져온 햇반으로 간단히 먹고 닭장 지붕을 수리하였다. 지붕 수리 후 닭을 살펴보니 한 마리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지붕에 틈이 생기면서 전에 집 주변에서 본 족제비가 들어와 잡아간 것 같았다.

여행에서 돌아온지 9일째 되는 새벽에 처가 꿈을 꾸었는 데 회색운동화가 데크에 놓인 것을 본 꿈이었다고 한다. 아침에 텃밭에서 닭들에게 주려고 푸성귀를 뜯은 후 닭장을 내다보니 지난 링링 태풍 때 족제비에게 잡혀먹었다고 생각했던 회색 닭이 닭장 문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그래서 문을 열어 놓았더니 석축 벽에 쌓아놓은 자재 때문에 드나들 틈이 생기지 않아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한참을 서성이다가 태양광 옆 석축아래로 내려가 버렸다. 그래서 앞집 옆 밭으로 가서 잡으려 하니 도망가서 할 수 없이 그냥 올라왔다. 한 참 뒤에 회색 닭이 닭장 앞에 다시 나타났다. 닭장 문을 조금 열어놓고 기다렸다. 안에 있던 닭 세 마리가 밖으로 나왔다. 닭들을 보고 나갔던 닭이 문 쪽으로 다가왔다. 서서히 유도를 해서 나온 닭들과 다시 우리 안으로 들어가도록 하였다. 닭장 안으로 들어간 회색 닭을 다른 닭들이 쪼아댔다. 아마도 전에 같이 산 닭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았다. 닭들의 이러한 텃세는 그 후로도 한참 동안 계속되었다.

집 지을 때 주변 사람들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던 일들이 생각나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2019.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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