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뒤에 훌쩍 크듯이

2009.11.01 13:56

관리자 조회 수:7908

  지난 5월 중순부터 손과 발에 아주 작은 수포가 생기고, 몸통과 다리에는 양진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순천 구도심에 있는 모피부과에 들렸더니 양진이라고 하면서 먹는 약과 연고를 처방해주었다.  조금 나은 것 같더니 차도가 없다. 답답하여 연향동에 있는 , 잘 낫는다고 소문난 피부과에 들려서 진찰을 받고 주사를 맞고 약국에서 약을 지어 2주간 정도 먹었다. 먹을 때는 낫더니 치료에 진전이 없어 광주에 있는 대학병원 피부과 의사 중 수포성 질환 전문의에게 특진을 신청하여 진찰을 받고 발바닥 각질 검사도 하였다. 무좀균은 없다고 한다. 병명이 무어냐고 하니까 습진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약을 먹고,  연고를 바르니 시원스럽게 나았다. 그런데 얼마 있지 않아 다시 재발하면서 온몸에 발진이 생기고, 그 자리가 굉장히 가려웠다. 머리에서는 진물이 나고 가려웠다. 다행스럽게도 얼굴만은 멀쩡하였다. 목욕한 후 몸에 생긴 딱지가 벗겨진 자리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려웠다. 대학병원에서 준 로션연고를 바르고 나면 가려움증이 진정되고 가셨다. 대학병원은 일주일중 하루만 담당전문의 교수가 외래환자를 진찰하여 굉장히 불편하였다. 최근에는 너무 바쁜데다 시간내기가 힘들어 광주에 있는  대학병원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연향동에 있는 피부과에 다시 다니기 시작하였다. 무어라고 딱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몸 안에 수십년 동안 축적되고 쌓였던 독소는 거의 몸밖으로 배출된 것 같다. 지금은 주로 발뒤꿈치 부분만 증상이 나타나고 가렵다. 다른 부분은 증상이 거의 사라지고 가려움도 거의 없다. 그러니까 이러한 증상은 기운 중에서 진기라는 기로 만든 채약이라는 구슬을 온몸의 경혈자리에 놓고 경혈의 느낌과 감정, 그리고 온몸의 반응을 확인하는 수련과정에서 불쑥 나타났다. 이 수련과정도 거의 마무리되어 가면서 몸의 병증도 완화되어가는 것 같다. 피부병으로 고생은 하고 있으나 몸은 가볍고, 나쁜 찌꺼기가 다 빠져 나가 홀가분한 느낌이 든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난 7월 말부터 두 달 가까이 서울 전셋집 문제로 집주인과  집주인을 대신해서 집 일체를 사실상 관리해주는, 아주 고약한 부동산 아주머니와 실랑이를 벌리느라 심신이 고달펐다. 지금은 해결이 되었지만, 지나놓고 보니 악역을 맡은 부동산 아주머니가 나에게는 양약이 되었다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고마운 생각도 든다. 여하튼 금년은 정말로 심신이 피곤한 한 해이다. 특히 사람에게 시달린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그러나 괴로움과 고통이 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영적으로 훌쩍 클 수가 있는 것이다. 마음 고통과 몸의 고통은 있었으나, 이상하게도 심신은 개운하고 홀가분하다. 그래서 보왕삼매론에서 <병고로써 양약으로 삼으라>고 했는지 모르겠다. 나날이 태평하고 아무 일도 없으면 심신이 깨달을 일이 없을 것 같다. 육체든, 마음이든 고통이 없으면 차원을 달리하는 해결의 방도가, 길이 보이지 않고 드러나지 않는다. 비바람  뒤에는 수목도 훌쩍 자라고, 과일과 채소도 깊은 맛이 들듯이 사람도 인간적인 성숙도를 더해가는 것 같다. 깊어가는 가을에 새삼스레 옛 성현들의 말씀이 하나도 틀리지 않음을 다시 깨닫게 된다(2009.11.1.)

사람 & 자연

로그인

로그인폼

로그인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