竹軒 박명규 교수님의 정년을 회상하며1)
    
                                              박경량
                                                                              순천대학교 교수
 
  필자가 竹軒 박명규 교수님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竹軒 박명규 교수님이 순천대학 학장으로 재직 중 이시던 1988년 초 이다. 그러니까 그 해 1월말 쯤 인가 박학장님께서 관사에서 좀 만나자는 전화를 하셨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기획실 책임을 맡아 달라고 부탁 하셨다.

 처음 뵈었지만 순수하고 투명하시다는 인상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시간 등이 소모되기는 하나 박학장님을 모시고 일해 보는 것도 의미와 보람이 있다고 생각하여 기획실 일을 한 번 해보겠노라고 승낙 하였다. 
  이 당시는 6.29 선언 뒤 끝인지라 사회도, 학교도 뒤숭숭하였다. 학생들이나 교수들의 요구에 박학장님께서 옳다고 생각하신 일들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대처하셨다. 이처럼 학내외 사회 분위기가 시위와 점거로 어수선하던 시절이었지만 박학장님의 곧고 강직한 성품 때문에 일관되게 중심이 잡힌 학교 살림이 계속 될 수 있었다. 박학장님이 선비다운 곧은 성품의 소유자가 아니셨더라면 시쳇말로 ‘좋은 게 좋은 것‘ 이라는 식의 두리 뭉실한 학교살림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대학이 학문의 장으로서, 지역의 정신문화 창달의 중심지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대학에 선비와 같은 청렴하고, 정직하고, 부지런한 덕성을 갖춘 지성인이 흘러 넘쳐야 할 것이다. 나의 주관에 치우친 판단인지는 모르지만 요즈음 우리 주변에 성품이 곧고 사리가 분명한 지성인보다는 말이 지나치게 달고 적당하게 타협하고 진리를 왜곡하는 자칭 지성인들이  많다.  이러한 경향은 상업주의, 경쟁주의와 맞물려서 가속화되고 있다.

  대학에서 학장이나 총장직을 수행하는 사람은 대학이 기본적으로 학문의 장이고 그래야 하는 만큼 실질적 의미의 학자적 양심과 안목으로 무장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른바 정치력, 포용력이나 협상력 등 실용기술은 그 다음 단계의 문제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竹軒 박명규 교수님은 학자적 양심과 정직성, 강직성과 청렴성을 두루 갖춘 분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竹軒 박명규 교수님이 순천대학 학장으로 재직하시는 동안에 젊고 유능한 교수들이 많이 초빙되었다는 것은 순천대학 발전사에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의 행적은 순천대학에서만은 아니셨던 것으로 안다. 순천대학 학장으로 부임하시기 전 직장인 서울대 농대 교수로 계시면서 서울대 농대 광양 연습림장직을 수행하실 때에도 박학장님의 학자로서의 기본적인 품성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적이 있다. 연습림장 재임기간 동안 애쓰신 보람으로 연습림 살림이 제대로 가닥이 잡히게 되었다고 한다.

  비록 대학본부 보직을 통해서 박학장님과 인간관계가 맺어졌던 것이지만, 솔직하고 강직한 분을 인생의 선배로서, 선배 교수로서 모시게 된 점은 나의 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竹軒 박명규 교수님께서 벌써 정년을 맞이하신다니 세월이 정말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인연을 맺은 지 엊그제 같은데.

  이제 제2의 인생의 원숙기에 접어드신 竹軒 박명규 교수님의 정년은 형식으로 퇴임이나 실질은 새로운 출발이다. 竹軒 박명규 교수님은 퇴임이라는 형식에 관계없이 후배나 후학 교수들의 마음속에 사철 푸른 소나무와 곧은 대나무의 기개로서 살아 움직일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교육과는 거리가 먼 경제적인 계량주의, 일등주의에 기초를 둔 경쟁주의가 범람하는 작금의 분위기 속에서 곧고 맑은 기상을 지닌 선배 교수, 부지런하면서도 마음의 여유가 있는 교수를 쉽게 찾아보기 힘든 세태 속에서 竹軒 교수님과 같은 훌륭한 분을 모시고 뵐 수 있다는 것은 나와 같은 후학 교수들의 큰 기쁨이다. 

  竹軒 교수님께서 건강하신 가운데 더욱 왕성한 학문 활동도 하시고, 풍요로운 인생도 맛보시기를 마음 속 깊이 축원해 본다.

 竹軒 박명규 교수님!

  진심으로 정년을 축하드립니다. 언제 어디서나 무엇을 하시든 항상 밝고 활기찬 모습으로 학자로서 가족과 함께 남은 여생을 행복하게 보내시기를 빕니다. (1999년 6월)


1) ※이 글은 「산촌연구에 몸바친 나의 인생」이라는 박명규 학장님의 정년기념집(동양문화사,1999.8.) 290면에서 292면에 걸쳐 실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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