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만의 외출

2009.01.01 00:26

관리자 조회 수:5357

 나는 지난 4월 21일부터 27일까지 연구차 독일을 다녀온 지 9년 만에 다시 독일을 다녀왔다. 개인 사정으로 집을 오랫동안 비울 수 없어서 독일을 자주 방문하지 못하였다. 그런데 당시 나를 초청해주신 콜호서 교수님 제자들과 동료교수가 콜호서 교수님 고희기념논문집 증정식에 나를 초청해주어 다시 독일을 방문하게 되었다. 학기중이라 장시간 비울 수 없어서 일주일 정도의 짧은 기간 동안만 독일에 머무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참 감회가 깊었다. 정말 오랜만에 뮌스터대 법대 콜호서 교수님, 그로스 펠트 교수님, 폴만 교수님, 게리커 그레벤 시장 등을 만났다. 이분들을 만나니 정말 반가웠고,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머무는 기간이 짧은 것을 너무 아쉬워하였다. 이 순간만큼은 너와 나의 벽이 자연스레 허물어져 없어져버린 ,하나의 우리만이 있을 뿐이었다. 고희기념 전야제에 당사자인 콜호서 교수님은 수많은 하객들을 맞이하고 계셨다. 그들은 서로 이야기하였다. <역시 콜호서 교수다>라고. 독일인들은 일반적으로 합리적이고, 원칙적이고, 냉차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콜호서 교수님은 따뜻하고, 상대를 배려해주는 덕목을 가지신 분이다. 그리고 겸허하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그를 좋아하고 따르는 사람들이 많다. 아마 이 점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 공통된 것 같다. 새삼스레 그 현장에서 나는 <귀일의 의미>와 <수심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다. 너와 나의 경계가 있다면 상대에 대한 따뜻한 배려와 상대가 불편해 하지 않도록 하는 마음씀이 진정으로 가능할까하고. 귀일법을 이룬 후에는 우리는 명실공히 우주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첫발을 내딛은 것이 된다. 귀일이 되면 주객이 하나가 되고, 너와 나의 분별이 사라지니 스스로 우주의 주인, 만법의 주인이 될 수 있게 된다. 이치는 그러하나 때때로 감정의 파고가 너무 높고 거칠어 감정에 휘둘려 주인자리를 내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실에서는 말도 , 표정도 귀일과는 판이한 경우가 너무 많다. 따뜻한 말 한마디도 귀일의 드러남이요, 밝고 반가운 표정도 귀일의 드러남임을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귀일과 수심이 표리관계에 있음도 깨닫게 된다. 이제는 더 이상 감정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되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뮌스터시는 노트라인 베스트팔렌 주에 속해 있는 인구 약 27만 정도의 도시이고, 자전거도시로도 유명하다. 순천시에 자전거도로를 만드는 데 뮌스터시 자전거도로는 많은 참고가 되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뮌스터시는 북부독일 평야지대에 있기 때문에 산은 볼 수 없으나, 비가 자주 오기 때문에 숲이 잘 발달되어 있고 야생화가 곁들여진 잔디밭이 도처에 잘 가꾸어져 있다. 참 아름다운 도시이다. 대학도시이기 때문에 시민들의 교양수준도 일반적으로 높고 친절하다. 북부 독일을 혹 가게 되면 한번쯤 들려볼 만한 가치가 있는 도시이다.

 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반성하고, 남은 기간동안 해야 할 일들을 하나 하나 점검해보았다. 내 생명의 빛이 인연닿는 모든 이들에게 조그마한 디딤돌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2004.5.10.


      약동하는 신록의 계절 5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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