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주의와 언어의 오남용

2013.09.07 22:19

관리자 조회 수:4997

 최근에 TV에서 식용 유황보다 상대적으로 값싼 공업용 유황을 넣어 만든 양파즙을 비싼 값으로 시중에 유통시키던 사람들이 관계당국에 적발되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식용 유황은 독일 등에서 수입되는 데 비싸다고 한다. 유황은 독성물질이지만 적당한 양을 쓰면 해독작용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작년 11월 중순 서울에서 있었던 어떤 모임에서 친지를 오랜만에 만났다. 자기 부인이 위장이 좋지 않았는 데 육쪽 마늘을 매끼마다 서너통씩 구워먹고 많은 효험을 보고 있다고 한다. 모임 중에 그는 나에게 우리에게 낯익은 한 건강식품 회사의 유황육쪽 마늘을 조금 주면서 강력히 추천해서 아내와 나는 금년 6월까지 이를 구해서 거의 매끼 한 통 내지 반통씩 구워서 먹었다. 아내의 장기능이 좋아졌으면 괜찮았을 것인데 공교롭게도  장기능이 개선이 되지 않고 더 나뻐져서 위의 뉴스를 듣고 걱정을 하였다. 그래서 유황을 쓰지 않고 재배한 육쪽 마늘을 어떻게 사나하고 생각하던 차에 인터넷상에서  육쪽마늘만을 전문적으로 생산해서 판매하는 업체가  있다는 걸 알고 시험삼아 3킬로그램을 주문하였다. 그런데 육쪽마늘이라고 인쇄된 택배상자를 받아서 뜯어보니 육쪽 마늘보다 칠쪽, 심지어는 구쪽짜리 마늘이 대부분이었다. 주문처에 전화를 해서 받은 마늘을 반품할 테니 환불해달라고 했더니 여직원이 한 참 뒤에 과장이란 사람을 바꿔주었다. 답변이 가관이었다. 그 사람에게 왜 육쪽마늘만 보내지 않았느냐고 말했더니 마늘 상자 안에 육쪽마늘이 아닌 것도 있을 수 있다는 인쇄물을 넣어두었다고 하면서 뭐가 문제되느냐는 식으로 답변을 하였다. 

 이런 식으로 언어를 오남용하는 예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 볼 수 있다. 고시학원이나 일반학원에서도 강사를 ○○○ 교수라고 부르고 광고물에서도 버젓이 쓰고 있다. 다른 예를 보면 대학교 이름만으로는 2,3년제 전문대학인지 일반대학교인지 알 길이 없다. 1995년에서 97년까지 교육부장관을 지낸 안병영 교수님의 글1) <껍데기는 가라>를 보면 전문대학에서 <전문>이라는 두 글자가 빠지고 , 대학에 <교>자가 더 붙고, 학장이라는 호칭이 <총장>2)으로  바뀌게 된 내력과 과정이 소개되어 있다. 
 참고로 일본에서는 우리 나라의 전문대학에 해당하는 <단기대학>이라는 명칭을 지금도 그대로 쓰고 있다.

 연예인들이 자신들을 가리켜 <공인>(公人)이라고 말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얼마 전에 아내가 집에 있는 옷들이 맞지 않아 나들이 옷을 사야될 것 같다고 해서  모백화점 여성복 가게에 들렀다. 가게 여주인이 아내에게 옷을 많이 사게 하려고 호들갑을 떨면서 <비주얼>이 좋다고 해서 처음에는 나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상황을 음미하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옷을 새 것으로 바꿔 입어서 외모가 돋보인다는 의미였던 것 같다. 비주얼이라는 외래어는 외모라는 뜻하고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데도 TV 등에서 공공연히 쓰이고 있는 모양이다.

 언어는 그 당시의 사회상을 담고 있다. 언어의 오남용은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이 텅 빈 강정과 같은 우리의 속 마음을 드러내는 한 단면이라 하겠다.   (2013.9.7.)



1) 안병영,�껍데기는 가라�,안병영의 블로그(http://hyungang.tistory.com/237) 삶의 단상 2013/01/20.
 2)  원래 총장이라는 말은 종합대학교의 개별 단과대학장을 아우르는 어른이라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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