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다산 정약용 선생이 유배지에서 아들 학유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이다.

 

한 차례 배부르면 살찐 듯하고, 한 차례 배고프면 야위어빠진 듯 참을성이 없다면 천한 짐승이나 하는 짓이다. 소견이 좁은 사람은 오늘 당장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있으면 의욕을 잃고 눈물을 질질 짜다가도, 다음날 일이 뜻대로 되면 벙글거리고 낯빛을 편다.

 

근심하고 유쾌하며 슬퍼하고 즐거워하며 울고 성내며 사랑하고 미워하는 모든 정이 아침저녁으로 변하는데, 달관한 사람의 입장에서 본다면 비웃지 않을 수 없다.

 

요컨대 아침에 햇볕을 환하게 받는 위치는 저녁때 그늘이 빨리 오고, 일찍 피는 꽃은 빨리 시드는 법이듯이 바람이 거세게 불면 어떤 나무도 한순간도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학유야!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은 한때의 재해를 당했다고 해서 청운(靑雲)의 뜻을 꺾어서는 안된다. 사나이의 가슴속에는 항상 가을 매가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듯한 기상을 품고서 천지를 조그마하게 보고 우주도 가볍게 손으로 요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지녀야 옳다.

 

    *출처 : <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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