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만 있어도 흐뭇하고 둥글둥글한 생김새, 말 그대로 사람 좋은 얼굴. 성신여대 서경덕 교수를 첫 대면한 느낌이다. 그러나 넉넉함도 잠시, 본론에 들자 빈틈이 없다. 서교수가 왜 한국 알리미와 독도 지킴이 전문 꾼이 됐는지 쉽게 감이 잡힌다. 우선 한마디 한마디에 넘치는 에너지가 활성 비타민 이상으로 분출되니 덩달아 신난다. 그와 면담이 성신여대 캠퍼스에서 3시간가량 이뤄졌다.


◇대학1년 때 배낭여행서 한국사랑 발동
대학 93학번, 올해 만 40세로 비교적 젊은 교수다. 대한민국, 독도, 애국 등 거대 담론에 집착하는 이유가 우선 궁금했다. “순전히 오기 때문입니다. 대학 1년 때 유럽 배낭여행이 계기가 됐습니다. 2개월 정도 돌아다녔는데 가는 곳마다 으레 일본이나 중국어로 말을 걸어옵니다. 88서울올림픽 성공개최에다 세계경제 11위국이라더니 이게 뭔가 싶더군요. 기분이 몹시 언짢았지요. 왜 나를 한국인으로 봐 주지 않는 걸까. 왜 내가 한국인으로 대접 받지 못하는 걸까. 알고 보니 결국 국가 인지도가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작심한 겁니다.”

 귀국한 그길로 서 교수는 아르바이트에 나선다. “닥치는 대로 일해 돈을 모았습니다. 남대문시장을 훑다시피 하면서 태극배지를 사 모았지요. 한국을 찾은 배낭족들에게 달아주려고요. 배낭족들은 여행 국가 배지를 얼마나 많이 달고 다니느냐에 따라 등급이 매겨집니다. 그런데 유럽 여행 때 태극배지를 별로 본 적이 없었거든요.”
누구든 감히 엄두를 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어려움이 숱했을 터. “시작이 반이라고 믿고 진땀나도록 매일 뛰어 다녔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십시일반 도움을 주는 이들이 생기고, 기업들도 나서주면서 판이 커진 겁니다.” 결국 서 교수는 2005년 ‘대형사고’를 친다. 뉴욕타임스에 독도사랑 광고를 순전히 자비로 게재한 것은 일대 사건이었다. 그의 거침없는 행보를 보자. 동해표기, 위안부 문제, 동북공정 등 장대한 아이템은 물론이고 세계 유명 박물관 한국어 서비스 제공, 비빔밥 예찬 등 상세한 면도 갖췄다.


◇청년들, 세계향한 무한도전 나서주길
그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반복해서 귀에 꽂히는 단어가 몇 있다. ‘최초’, ‘처음’ ‘곧바로’ 등. 앞뒤를 꿰어보면 서 교수의 기질, 창의력이 먼저 그려진다. 쉴 새 없이 뭔가 새로우면서도 기발한 아이디어를 창출해 낸다. 그 근저는 풋풋한 도전정신이다. 그러다보니 남보다 앞서게 되고 결실을 맺으면 곧 최초 아니면 처음이 된다. 다음은 행동. 생각이 정리되면 곧바로 실천이 따른다. 성패는 그 다음의 문제다. 자신감이나 확신이 생기면 머뭇댈 이유가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대학생 시절 이미 서경덕은 별났다. 캠퍼스 생활이 따분해 문화 성향의 ‘생존경쟁’이라는 동아리를 만들었다. 1994년인데 서울 정도 600년 기념행사로 서울시가 타임캡슐을 만들어 남산에 묻고 400년 뒤인 2394년에 개봉하는 이벤트가 있었어요. 묻을 물품 600점을 공모했는데 상상력이 발동되더라고요. 그래서 전국 대학에 포스터를 보내 400년 뒤 서울의 모습을 예상한 의견들을 받았어요. 인터넷이 없던 때라 직접 전국을 발로 뛰다시피 했는데 기발한 상상력이 담긴 자료 2만장을 확보했습니다. 동아리 회원 15명과 여관을 전전하며 일일이 수작업으로 자료를 정리해 서울시에 제출했더니 다들 놀라더군요.” 흥미 넘치는 그 조사 결과는 언론을 탔고, 타임캡슐에 귀중한 자료로 채택돼 지금 귀하게 묻혀있다.

그는 미래의 대한민국에 대해 늘 고심한다. 시간을 쪼개가며 청년들에게 주문하는 것이 바로 ‘세계를 향한 무한도전’이다. 꿈을 무한정 펼쳐야 할 청년들이 직업보다 직장을 따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한다. “높은 연봉이나 좋은 대우도 좋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 자신의 장점을 키워낼 수 있는 직장이 중요한데 이걸 제대로 보지 못합니다. 기업이 크고 작고를 따지기 전에 작은 일부터 시작하고 무엇보다 하고 싶은 일을 열정을 갖고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자신이 잘하는 일을 찾는 게 본인은 물론 사회나 국가를 위해서도 옳은 일 아니겠습니까.”


◇日망언 탓만 말고 맞대응 능력 키워야
교수에게 교육의 중요성을 말해 달라는 우문에 그의 답은 묵직했다. “백년대계 이전에 국민적 무지가 안타깝습니다. 언제까지 독도나 과거사 망언을 이어가는 일본만 탓할 건가요.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 봐야 합니다. 역사적 지리적으로 맞대응에 나설 국민 얼마나 될까요. 물론 스스로를 과소평가하자는 게 아닙니다. 따져보면 교육체계가 문제가 있습니다. 멀리보고 투자하는 교육이 아쉽습니다.” 
 서 교수가 ‘알아야 할 10가지’ 역사책 시리즈를 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역사학자들과 힘을 합쳐 작년에 ‘당신이 알아야 할 한국사 10’을 펴냈고, 최근에는 ‘당신이 알아야 할 한국인 10’을 출간했다. 선정된 위인은 안중근, 김구, 윤봉길, 안창호, 헤이그특사, 세종대왕, 이순신, 정약용, 윤동주, 백남준 등 10인. “어느 나라든 그 나라를 대표하는 영웅들이 역사 앞에 도도하게 인식돼 있습니다. 그 분들의 업적과 인생 역정을 쉽고 재미있게 엮으려 노력했습니다. 새해에는 신사임당, 유관순, 김만덕 등 한국의 여걸 10분의 일대기를 엮어 보겠습니다.” 서 교수는 책뿐만 아니라 그 분들의 일대기를 담은 애니메이션이나 웹툰 제작도 해볼 참이다.


◇일본 내 합리적 지식층 다수 있어 희망
요즘 그는 일본 사회의 혐한(嫌韓) 분위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일본 조야의 핵심 인물들이 툭하면 내놓는 과거사 망언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여차하면 문제의 작자들과 맞짱토론도 마다않겠다는 각오다. “맞상대만 정해지면 언제라도 출격 가능합니다. 나름 내공도 쌓았고요. 논리든 뭐든 자신 있습니다.” 내친김에 공식 제안을 유도했더니 흔쾌하다. 1순위로 일본 정가의 대표 우익인 유신회 소속 하시모토 도루(橋下徹·45) 오사카 시장을 지목했다. 며칠 전, 아베의 과거사 망언을 주재로 그의 실물과 음성을 애니메이션화해 만든 홍보영상을 공개한 것은 유인책의 하나일지 모르겠다.
서 교수는 최근 가수 이승철 씨가 일본 입국을 거절당한 사태, 글로벌 가구업체라는 이케아 한국지점의 벽걸이 장식용 세계지도(Sea of Japan 표기) 마케팅 오류를 상기시킨다. “특히 이케아의 경우는 무지나 단순 실수냐의 문제를 떠나 대응조치가 치졸해 더 부아가 치밉니다. ‘정 그러면 한국에는 팔지 않겠다’는 식의 답변은 정말이지 국민정서를 망각한 처사 아닌가요. 도저히 묵과할 수 없습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서 교수가 조용히 말한다. 일본 내 합리적 지식층에 대한 감사의 표현을 꼭 하고 싶다는 게다. “합리적인 다수의 일본 시민 중에서도 특별히 중심을 잡고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면서 미래지향의 양국 관계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분들이 적지 않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널리 전파해달란다.
 겸양까지 갖췄겠지 싶어 교내 인기도를 물었더니 웬걸, 0.3초 만에 돌아 온 답은 “인기 짱입니다”였다. 학점을 후하게 주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수업은 빡세게 합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과제는 개인보다는 팀플레이를 주문합니다. 개별 능력은 좋은데 더불어 하는 과제에 약한 점을 바로잡으려면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혼자 가면 빨리 가나 같이 가면 멀리 간다’ 는 금언을 서 교수는 현장에서 있는 그대로 묵묵히 구현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문화 세계가 즐기는 날까지 뛸 것
서 교수는 교내에서 배우이자 난타 기획자 송승환 씨, 손석희 앵커(지금은 방송복귀)와 함께 ‘성신얼꽝 교수 3인방’으로 불린다. 무척 애꿎다 싶었는데 이유가 의외다. 걸그룹 카라 멤버 구하라, 배우 이세영, 모델 민지원이 이루는 ‘성신얼짱 3인방’에 상대적 비교대상이 된 때문. 그만큼 성신여대에는 방송 또는 연예계 톱스타가 즐비하다는 얘기다.
그의 주변에는 연예인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친분도 나누고 도움도 거리낌 없이 주고받는 이들 몇 명만 대보라 했더니, 가수 김장훈·윤종신 씨, 배우 이영애·조재현 씨, 예능의 무한도전 팀 등을 꼽는다.
“앞으로 40~50년 더 일해서 한국문화를 알리는 차원을 넘어 즐기는 단계로 승화시키고 싶은 맘 간절합니다. 멕시코시티의 어느 한 데킬라 바에서 아리랑이 테크노버전으로 울려 퍼지면 손님들이 저절로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며 함께 어울리는 그런 모습 말입니다.” 그의 말끝에서 새해 각별한 희망이 넉넉히 묻어난다.
    *출처: 헤럴드경제 2014-12-05 08:41 
     <황해창 선임기자가 만난 사람> 한국 알리미/독도 지킴이 성신여대 서경덕 교수, “과거사 망언 되풀이 하는       者, 나랑 맞짱 뜨자”

사람 & 자연

로그인

로그인폼

로그인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