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86세인 A 할머니는 장남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말소 소송을 냈다. 유일한 재산인 땅을 물려줬는데도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고 부당대우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재산을 증여할 때 부양을 조건으로 한다는 계약서를 남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패소했다. 부모 자식 사이에 무슨 계약서까지 쓰냐는 생각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효(孝)’가 무너진다는 우려는 고금을 통틀어 계속된 우려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말도 오래다. 그런데 이젠 재산을 담보로 자식으로서 최소한의 의무인 봉양을 구하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
 재산을 물려받은 자식들이 부모 부양을 소홀히 한다는 이유로 재산을 다시 내놓으라는 부모들의 ‘효도소송’이 최근 들어 부쩍 늘었다. 그런데 부모들이 패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다보니 ‘효도법’까지 등장했다.

새누리당 정수성 의원이 지난 6일 내놓은 민법개정안은 자녀가 부모 봉양을 전제로 증여받은 뒤 부양의무를 소홀히 하거나 미이행 시 증여를 즉시 해제토록 하는 내용이다. ‘효도소송’에서 부모들이 이길 수 있도록 확실한 법규정을 만들자는 취지다. 정 의원은 “효도까지도 법으로 규정해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지만 개정안을 통해 전통적인 효의 가치를 유지,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효도법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7대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은 ‘효도특별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부모 부양이 가능한 상황임에도 회피할 땐 부양명령 등 강제조치하고 그 명단까지 공개한다는 내용이다. 민사상 부양의무에 대한 특별규정 제정은 물론 부모 대상 범죄행위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19대 국회에서는 박남춘 민주당 의원이 부모를 부양하는 자녀에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내용의 조세특례법 개정안 등을 발의했다. 역시 효도를 돈으로 저울질하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또 효의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며 노인복지와 관련한 국가 부담을 개인에게 떠넘겨선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한다. 하지만 부모로서 최소한의 부양을 받기 위해 자식과도 계약해야만 하는 현실은 서글프다.
지금 이 시간에도 누군가의 부모는 손주들에게 용돈을 주려면 쌈짓돈이 있어야 한다며 한사코 말려도 듣지 않고 폐지를 주우러 다니는가 하면, 자식들에 부담주기 싫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효도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적은 없다.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효의 붕괴가 법이 개입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심각해졌다는 뜻이리라.
  *출처 : 헤럴드경제 201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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